일본 추리소설의 대표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지만 추리소설은 아닌, 무언가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책.
줄거리
형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의 학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가지 몸쓰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하다가 결국 허리에 무리가 가서 그만두게 된다.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일을 계속 해야만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던 중 과거에 일하다가 만난 어떤 부잣집을 떠올리게 되고 그 곳엔 나이드신 할머니가 홀로 살고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형 츠요시는 돈만 훔쳐 나오려고 했지만, 할머니에게 들켜 할머니를 살해하게 되고 도망치던 중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혀 살인죄로 감옥에 수감된다.
이후 동생 나오키의 시점으로 계속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나오키는 위 사건으로 인해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간다. 등록금을 낼 여력이 없으니 대학을 가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생활비를 벌어오던 형이 없어졌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형의 사건으로 인해 알바를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메무라 선생의 도움으로 재활용 부품회사에 취직을 하는데, 이 곳에서 유미코를 처음 만나게 되고 계속 다가오는 유미코를 나오키는 귀찮아하면서 엮이기 싫어한다. 자신의 비밀을 말해 떨어뜰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편견없이 대해준다.
기숙사에서 잠깐 같이 살던 구라타라는 사람의 검정고시 공부 책에서 데이토 대학 통신교육부를 알게 되고 나오키는 이곳에 입학하여 대학을 진학하라는 형의 염원을 다소 이루게 된다.
여기서 데라오라는 음악하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데라오는 나오키의 노래 실력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데라오의 원래 밴드와 함께 밴드생활을 한다. 밴드 이름은 스페시움. 물론 데라오와 그의 밴드 친구들은 나오키의 비밀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편견 없이 대해준다. 데라오를 만난 후로 나오키는 노래와 음악에 빠지게 되고, 자기가 즐거워 하는 음악으로 업을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종종 한다.
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알바도 하고, 밴드생활도 하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던 중, 밴드스페시움을 좋게 본 대형기획사에게서 데뷔제안이 온다. 하지만 또다시 형의 존재로 인해 나오키만 데뷔가 무산되어 밴드생활을 정리하고 공부하며 통학과정으로 옮기는 기회가 생겨. 알바외 공부를 지속한다.
어쩌다 보니 미팅에 나가 나카조 아사미를 만나게 되고 둘은 열렬한 사랑을 한다. 나카조 아사미는 명망있는 부잣집 딸이었고, 나오키는 별 거 없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아사미의 집에서 둘을 반대한다. 그러던 중 아사미에게는 형의 얘기를 숨겼지만 결국 형의 편지로 인해 아사미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형의 존재를 들키게 되고 아사미와도 헤어지게 된다.(사실 아사미는 나오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오키의 형 비밀보다는 나오키가 콘돔에 구멍을 뚫었던 것에 충격을 받아 헤어지게 된 것이 더 크긴 하다. 나오키는 아사미가 임신한다면 그녀의 가족들이라 하더라도 둘의 교제를 어찌할 수 없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콘돔에 구멍을 뚫어놓는 일을 벌였다.) 결국 나오키는 매순간 형의 존재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에 화가나 형의 편지에 답장도 하지 않고 이사를 다니며 형의 편지를 피해다닌다.
사랑하던 아사미와도 헤어지고 전자제품 회사에 취직하는데, 면접을 볼 때도 형의 존재를 숨긴다. 하지만 결국 비밀이 드러나고 창고직으로 발령받는다. 이곳에서 사장 히라노를 만나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범죄자는 사회적인 자살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의 사회성까지도 죽일 각오를 해야 한다."
나오키가 곤경을 겪고 있는 것도 형의 범죄에 대한 벌의 일부라는 것이다. 즉, 나오키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나오키를 차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여기서 자신을 중심으로 끊어지지 않는 끈(인간관계망)을 구축하면 세상사람들이 무시 못할것이라고 하는 히라노의 말에 나오키는 유미코를 떠올리게 되고 유미코에게 감사인사를 하러 간다. 그런데 알고보니 유미코가 스스로 나오키인척하며 형에게 답장을 해주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났지만 유미코와 대화 후 유미코 또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이미 경험을 해본 유미코는 나오키가 계속 현실을 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편견없이 대했다고 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래서 나오키는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기로한다.
나오키는 유미코와 결혼 후 아이도 낳고 당당하게 잘 살고 있는데, 아이에게도 차별대우가 존재했다. 또한 딸과 아내를 다치게 한 날치기 사건도 있었는데, 날치기 사건 범인의 부모가 찾아와 사과를 하는 일도 있었다.
현실에 당당하게 맞서려고 했지만 너무 많은 차별이 나오키의 가족들을 억압할 때 쯤, 히라노 사장과 한 번 더 얘기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결과 형과 연을 아예 매듭짓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형에게 마지막편지를 보낸다.
이후 미뤄왔던 일, 형의 범죄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향을 올려드리기 위해 오가타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는데, 그곳에서도 형이 그곳에 보내온 편지를 발견한다. 형은 동생이 앞으로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동생을 더욱 힘들게 했었다며 자책하며, 피해자의 집에도 마지막 편지를 보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데라오에게 교도소 위문공연을 제안받아 형이 복역하는 교도소에서 이매진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나도 형제가 있고, 내가 형이기 때문에 내가 저 형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상상도 해봤다. 음... 내가 만약 츠요시형처럼 부모님도 안계시고, 내가 동생을 먹여살려야 하며, 동생을 대학 보내기 위한 상황에 처했더라면 나 또한 츠요시처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을 것 같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이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일을 하긴 했을 거같다. 괜히 상상하니까 슬프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돈을 훔치는 일까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훔치는 건 명백히 잘못한 일. 그로 인해 일어난 살인 또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머릿속으론 츠요시가 백번 천번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츠요시의 마음이 공감가는 이유는 뭘까?... 몸이 불편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에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저질러 버린 일, 그리고 결과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지만 전혀 살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어느정도 상황을 고려한다면 마음이 쓰이는게 결코 100퍼센트 잘못된 건 아닌 거 같다...
형은 교도소에 있고, 인맥 혹은 주변 사람이라고는 동생밖에 없기 때문에 편지를 보낼 대상이 동생 밖에 없다. 형의 입장에서는 범죄자이기전의 나를 생각해주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동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교도소 안에서는 동생의 편지만을 기다릴 것이고, 동생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생은 얼마 안가 답장도 보내지 않고 형의 존재를 무시한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을 알게 된다면 정말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또한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다가 벌어진 일이기에 동생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면 나도 괜히 동생을 원망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서 츠요시의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고 안쓰럽고 불쌍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살인을 당한 피해자가 더 안타까운 게 맞다. 평범히 잘 살아갈 수 있는, 미래가 분명히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살인을 당함으로써 그 누구에게도 말못하고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츠요시의 상황이 안타까운 건 맞지만 살인을 당한 피해자는 무슨 죄란 말인가. 따라서 츠요시가 벌인 일이 살인을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무조건 벌을 받아야 하는게 맞다.
마지막으로 동생 나오키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소설 속에서 나오키는 매 순간 형이 살인자라는 꼬리표로 인해 좌절하고 실패를 겪는다.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던 음악을 할 기회도 앗아가버리고,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고 심지어는 결혼 후 생긴 아이에게까지 나쁜 일이 일어난다.
형이 자신을 위하다가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나오키 입장에서 보면 형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설령 자신을 위했다 하더라도 도둑질 같은 방법으로 등록금을 마련한 것을 알게되면 나오키 스스로도 그 돈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죄를 짓지 않은 나오키가 형의 죗값을 같이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도 아닌데 자신이 벌을 받고 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지만 이는 살인자와 같은 피를 나눈 형제로써 겪어야 할 수모라고도 볼 수 있다. 정확히는 이 소설에서 살인자의 가족으로써 살아가는 차별과 부당 대우는 정당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형을 잡아줄 수도 없고 끊어낼 수도 없는 나오키의 상황이 참으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런 나오키의 감정이 초반에는 형 편지에 답장을 조금 해주다가 뒤로 갈수록 피하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 것 같다.
다음은 이 책의 제목이 편지이기 때문에 소설 속에 존재하는 편지들을 찾아봤다.
편지의 종류
- 형 츠요시가 동생 나오키에게 달마다 보내는 편지
- 형 츠요시가 피해자 가족에게 달마다 보내는 편지
- 나오키가 형에게 보내는 편지(마지막)
- 나오키의 딸 미키를 다치게 한 날치기범의 부모에게서 온 편지
1. 형 츠요시가 동생 나오키에게 달마다 보내는 편지
츠요시는 교도소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기 혈육인 동생에게 매달 안부인사겸 편지를 보낸다. 밖에 있는 동생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고 대학은 갔는지, 취직은 했는지 여자친구는 만나는 지 당연히 알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책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내가 감히 추측하기로는 츠요시는 교도소 안에 있기 때문에 동생을 통해서라도 세상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말인즉슨 동생의 삶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오키는 형의 편지로 인해 계속적으로 힘들어했고 실제로 어려운 일도 많이 겪는다. 츠요시가 나오키에게 보내는 편지는 츠요시와 나오키를 이어주고 있었던 동시에 나오키를 힘들게 했던 연결고리인 것이다.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츠요시는 자신의 편지가 동생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지만 동생이 보낸 마지막 답장 편지로 인해 자신이 동생을 더욱 힘들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동생이 바라는대로 동생과의 연을 끊어내려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
2. 형 츠요시가 피해자 가족에게 달마다 보내는 편지
형 츠요시는 자신이 살해했던 오가타 할머니네 집 아들에게도 매달 편지를 보낸다. 츠요시는 할머니를 살해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츠요시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죄를 사죄하기 위해 매달 편지를 보낸 것 같다. 하지만 편지를 받는 입장인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편지는 단순히 살인자가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사건은 이미 저질러졌고, 할머니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편지가 최대한의 성의라 한들 달갑지 않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츠요시는 몰랐기 때문에 매달 편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나오키의 마지막 편지를 받고 난 후 자신의 어떠한 행동으로도 죄를 용서받을 수 없고 오히려 편지를 보내는 행위 자체가 그들에겐 더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마지막 편지를 끝으로 보내지 않는다.
3. 나오키가 형에게 보내는 편지(마지막)
나오키는 초반에 형에게 답장을 해주다가 점점 피하게 된다.중간에 유미코가 몰래 대신 형에게 답장을 해주긴 했지만 형의 편지로 인해 형과 계속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불행한 일을 연속적으로 겪으면서 결국 형과의 인연을 끊을 결심을 한다. 나오키 입장에선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나오키가 형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는 형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냄과 동시에 형이 스스로가 어떤 짓을 했는지 깊은 자아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4. 나오키의 딸 미키를 다치게 한 날치기범의 부모에게서 온 편지
나오키가 유미코랑 결혼한 후 날치기 범죄를 당해 딸 미키가 다쳐 위험할 뻔한 상황이 있었다. 다행히 미키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잘못하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사건이었다. 이후 날치기범의 부모가 찾아와 사죄를 하고 추후에도 편지로 사죄인사를 보내오는데 나오키는 이를 보고 단순히 이런 편지를 보냄으로써 자신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유미코는 살짝 달랐던 것이, 세상사람들에게선 잊혀져 가지만 나 말고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편지를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나오키와 같은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유미코의 저 말 한마디로 인해 그들의 편지를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나오키가 형의 범죄 피해자인 오가타네 집에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하게 된 편지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곳에서의 편지는 두 종류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츠요시와 나오키의 연을 이어주는 끈과 동시에 나오키를 힘들게 했던 원인이 되는 편지다.두 번째는 가해자가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편지를 작성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세상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가는 사건을 나 말고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음에 위안을 주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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